경기침체 여파 출산 기피 가정 늘어
그래도 상당수는 “자녀 둘 이상 돼야죠”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일부 주민들의 가족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둘째를 원하는 부부들이 임신을 포기하는가 하면 전국적으로는 낙태정보를 원하는 여성들도 증가하고 있다. 또 남성들의 정관수술 건수도 증가했다는 것이 의료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민사회 특성상 주변에 육아를 도와줄 가족이나 친인척이 마땅치 않을 경우 육아는 고스란히 부부 또는 여성의 몫이 되기 때문에 선뜻 둘째나 셋째를 계획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세리토스에 거주하는 정모(36)씨는 올해 초 둘째 임신 계획을 포기했다. 7년 전 결혼했지만 결혼 초기에는 맞벌이로 바빴고, 4년 전 첫째를 낳은 뒤에도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 3개월 만에 회사에 복귀했다. 덕분에 2년 전 첫 집을 장만했지만 경제위기로 정리해고 당하면서 가정경제가 어렵게 된 것.

정씨는 “올해 둘째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요즘 같은 형편에는 어림도 없다”면서 “남편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싶지 않고, 둘로 나눠줄 것을 첫째에게 모두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육아부담 때문에 선뜻 출산을 계획하지 못하는 한인들도 있다. 한국과는 달리 주변에 친인척이 없을 경우 임신과 출산, 육아를 도와주는 손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이모(32)씨는 “미국에는 부부밖에 없기 때문에 첫째를 낳은 뒤 남편과 내가 모두 병원에 다녀야 할 정도로 산후조리와 육아가 힘들었다”면서 “한국이라면 상황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또 다시 출산과 육아를 겪을 자신이 없다. 한 명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관수술을 원하는 남성들도 많아졌다.

미국 비뇨기과협회 관계자는 “지난 4~6개월 동안 정관수술 시술이 50%는 늘어난 것 같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와 건강보험을 잃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때 서둘러 수술을 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발렌시아에 거주하는 김모(41)씨는 “형제가 서로 양보하고 의지하며 성장해 나가길 바랬고 가족이라면 최소한 부부와 자녀 두 명으로 4인 가족은 되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결국 세월이 흐르면 남는 것은 자식 뿐”이라고 말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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